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평균의 종말

by Jungi 2023. 11. 5.

평균의 종말 책 표지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독서 기간 : 23.10.29 ~ 11.5

 

나의 한 줄 리뷰 :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적 자원의 활용에대한 문제제기부터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

 

하이라이트

1. 조종사 4,063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조종사는 팔 길이가 평균치보다 길지만 다리 길이는 평균치보다 짧은가 하면 또 어떤 조종사는 가슴둘레가 평균치보다 넓은 편이지만 엉덩이 둘레는 좁은 편으로 나타나는 식이었다. 대니얼스가 더 놀라워했던 의외의 결과는 따로 있었다. 10개 항목 가운데 임의로 3개 항목만을 골라서, 이를테면 목둘레, 허벅지 둘레, 허리둘레만을 고르는 식으로 비교해본 결과에서도 3개의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의 비율이 채 3.5퍼센트도 안 됐다. 대니얼스가 얻어낸 이러한 결과를 통해 논의의 여지 없이 명백히 입증됐다시피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다.

2. 대니얼스의 조사에서 평균 체격의 조종사라는 것은 없다고 밝혀졌듯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에서도 평균 체격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대니얼스와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 기획자들은 똑같은 결과에 맞닥뜨렸음에도 그 결과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결론에서는 사뭇 다른 해석을 내렸다.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 당시의 대다수 의사와 과학자들은 대회의 결과를 ‘노르마’가 잘못된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해석해 미국 여성들이 대체로 건강하지 못하고 몸 상태가 나쁘다는 식의 결론이 주류를 이뤘다.

3. 케틀레는 과학자로서의 야심을 좌절시킨 그 혁명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어떤 착상이 떠올랐다. 사회문제를 다루기 위한 과학을 개발할 수는 없을까? 그 자신이 신비로운 천문 현상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려고 평생을 매달려왔던 바로 그 과학을 활용해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회적 행동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을 수는 없을까? 케틀레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천문학적 연구법을 사람들의 연구에 적용해보며 사회물리학계의 아이작 뉴턴이 되자고.

4. 케틀레가 사회학의 수립에 과감히 뛰어들면서 가장 중요시한 결단은 천문학의 평균법을 차용해 그 평균법을 사람들에게 응용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런 결단이 사회의 개개인관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5. 케틀레가 착안해낸 이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바야흐로 평균의 시대Age of Average를 열었다. 다시 말해 평균이 정상이 되고 개개인이 오류가 되며 과학이 정형화에 정당성을 각인시켜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6. 골턴은 인간을 최하위 계층인 ‘저능층Imbecile’에서부터 중간 계층인 ‘평범층Mediocre’을 거쳐 최상층인 ‘우월층Eminent’까지 14가지 계층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평균의 의미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켜 평균을 정상의 개념에서 평범함의 개념으로 탈바꿈시켰다.

7. 케틀레가 개개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력은 아직도 우리의 시스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우리의 사생활을 보다 확실하고도 밀접하게 틀어쥐고 있는 것은 바로 골턴의 유산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평균 이상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이 되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하거나, 아니면 (정말 끔찍하게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8. 나는 어떤 직장에서든 기계의 한 부품일 뿐이었고 개인적 독창력을 발휘하거나 개인적 책무를 맡을 기회가 없었다. 직장마다 가급적 평균치에 근접하라는 식의, 아니 다른 모든 직원과 똑같되 더 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더군다나 맡은 일에 내 개성이 고려되지 못하는 점에 슬슬 불만이 생겨 무기력감과 지루함에 빠지면서 빈둥거린다거나 책임감이 없다는 핀잔을 자주 듣게 됐다. 표준화된 시스템에서는 개개인성이 무시되며 이는 테일러가 의도했던 것이다.

9. 전반적으로 보면 미국 사회 전역에서의 보편적 평균주의 시스템 시행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부유한 민주주의의 수립에 기여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평균주의는 우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가 그러했듯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학교와 직장생활과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편협한 기대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려고 기를 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쓴다.

10. 몰레나는 평균주의의 치명적 결함이 개개인성을 무시한 채로 개개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모순된 가정에서 기인함을 깨닫고, 이 오류에 ‘에르고딕 스위치ergodic switch’라는 명칭을 붙였다. 에르고딕 스위치는 그룹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논쟁에서부터 발전한 일명 에르고딕 이론이라는 수학의 한 분과에서 따온 명칭이다.

11. 평균의 시대를 특징짓는 2가지 가정은 무엇인가?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는 케틀레의 신념과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골턴의 신념이다. 그러면 이번엔 개개인의 과학이 내세우는 주된 가정은 뭘까?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즉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 (재능, 지능, 인성,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단 하나의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12. 인간과 관련된 중요한 진실이자 개개인성의 첫 번째 원칙인 들쭉날쭉의 원칙이 부각된다. 이 원칙에서는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서는 복잡한 데다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뭔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관점을 취한다. 그렇다면 들쭉날쭉하다는 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다음의 2가지 기준에 부합돼야 한다. 첫 번째, 반드시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을 것. 두 번째, 반드시 이 여러 차원들 사이에 관련성이 낮을 것. 들쭉날쭉성은 단지 인간의 체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이 들쭉날쭉하다.

13.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재능이 특히 더 그렇다. 문제는 재능을 평가하려 할 때 흔히 평균에 의존하는 바람에 들쭉날쭉한 재능을 표준화된 시험상의 점수나 등급, 업무 실적 순위 같은 단 하나의 차원으로 전락시키는 경향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차원적 사고에 굴복하다간 결국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14. 쇼다의 연구는 개개인성의 두 번째 원칙인 맥락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밝혀준 것이었다. 맥락의 원칙에 따르면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떼어서는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으며 어떤 상황의 영향은 그 상황에 대한 개개인의 체험과 따로 떼어서는 규명될 수 없다. 다시 말해 행동은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의 독자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표출된다.

15. 그 사람에게는 당신과 그 사람 둘이 함께 놓여 있는 그 순간의 맥락만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한다면 마음의 문이 열려 본질주의 사고로는 어림없는 수준의 넓은 도량으로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이해와 존중은 우리에게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긍정적 관계의 토대다.

16. 우리는 평균주의 사고에 속아 ‘정상적’ 뇌, 신체, 성격의 개념을 믿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평균주의 사고에 속아 믿게 되는 또 하나가 바로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하거나 배우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하나의 올바른 경로가 있다고 믿는다. 이는 그 목표가 걸음마 떼기처럼 기본적인 목표이든 생화학자가 되는 것처럼 어려운 목표이든 간에 마찬가지다.

17. 인간의 발달은 (생물학적 발달이든, 혹은 정신적·도덕적·직업적 등등의 발달이든) 그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으며 이 사실은 개개인성의 세 번째 원칙인 경로의 원칙에서 근본을 이루는 토대다. 경로의 원칙은 다음의 2가지 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첫 번째,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는, 그리고 그 어떤 특정 목표를 위한 여정 역시도 똑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 두 번째,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당신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

18. 블룸이 증명해냈듯, 학습 속도에 약간의 유연성을 허용한 결과 대다수 학생들이 아주 뛰어난 성취도를 나타냈다. 또한 블룸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개인별 다양한 속도는 학습 내용에 따라 결정됐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분수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뚝딱 해치웠지만 소수 부분에서는 애를 먹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소수 부분은 후딱 뗐지만 분수 부분에서는 추가 시간이 필요한 식이었다. ‘빠른’ 학습자나 ‘더딘’ 학습자 같은 것은 없었다. 이 2가지 통찰(속도가 곧 능력은 아니라는 사실과 전반적으로 빠르거나 더딘 학습자는 없다는 사실)은 사실상 블룸의 선구적 연구가 이뤄지기 몇십 년 전에 이미 밝혀진 바 있으며, 그 이후로도 다른 학생들과 다른 내용을 활용해 수차례 같은 조사가 반복됐으나 그때마다 어김없이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학습 속도를 학습 능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반박의 여지 없는 오류다.

19. 두 기업의 차이는 각 기업이 정말로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있다. 월마트는 테일러주의 사고방식을 채택해 직원들을 통계적으로 다루며 쉽게 교체 가능한 평균적인 사람들의 대열쯤으로 취급한다. 코스트코는 직원들의 들쭉날쭉성을 이해하려는 진정성 있는 시도를 펼치면서 직원들을 각자의 능력을 펼칠 만한 특정 맥락과 조화시키는 일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직원들이 독자적 경로를 추구하도록 북돋워준다. 코스트코는 파트타임 직원이 부사장에 오르고 회계 보조원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와인 구매자의 대열에 올라서는 일이 가능한 곳이다. 한편 직원들은 코스트코에 충성심과 동참의식으로 그 보답을 하고, 이는 결국 코스트코의 뛰어난 직무 수행, 고객 서비스, 영업 성과로 이어진다.

20. 개개인성을 추구하려면 해당 기업의 고유 특성에 따라 그 원칙들이 의미하는 것을 해석해 그 해석을 중심으로 기업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나 어떤 관리자든 개개인성의 원칙을 실행할 수 있으며 개개인성의 원칙을 실행하면, 즉 개개인에 투자하기로 정하면 그 개개인들은 충성심과 의욕과 열의를 갖게 된다. 심지어 산업계에서 가장 평균주의적인 업체들에서도 동참의식과 풍부한 창작력을 갖춤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들을 거느릴 수 있다. 평균에 의존해서는 이런 직원들은 거느릴 수 없다.

21. 맞춤이 기회를 만든다. 환경이 자신의 개개인성과 잘 맞지 않으면(이를테면 조종석에서 팔이 잘 닿지 않아 조종하기가 힘들다면) 그 환경이 조종석이든 교실이든 전망 좋은 고급 사무실이든 간에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펼칠 만한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다시 말해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원한다면, 우리 각자가 잠재력을 한껏 펼칠 기회를 똑같이 누리는 사회를 원한다면, 직장·교육·사회조직이 개개인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22. 반가운 소식은 평등한 맞춤의 실행이 우리의 힘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이제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경직되고 똑같은 표준화 시스템에 순응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개개인성에 열의를 보이는 조직들을 구축할 만한 과학과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의 시대에서 개개인성의 시대로의 전환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전환이 일어나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무드  (0) 2023.12.04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0) 2023.11.09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2) 2023.10.28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0) 2023.10.12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0)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