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지음, 박문재 옮김
독서 기간 : 24.4.5 ~ 4.7
나의 한 줄 리뷰 : 어릴 때 접했던 우화를 제외하면 대체로 시대상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덜 교훈적으로 느껴진다.
하이라이트
1.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이솝”(Aesop)은 영어식 이름으로 원래 이름은 “아이소포스”(Αἴσωπος, 기원전 620-564년경)이다. 기원전 6세기 후반에 이솝은 그리스에서 독보적인 작가이자 연설가로 통했다.
2. 어느 집에 쥐들이 많았다. 고양이는 그것을 알고는 그 집으로 가서 쥐들을 한 마리씩 차례로 잡아먹었다. 계속해서 그렇게 잡아먹히자, 쥐들은 안 되겠다 싶어 모조리 구멍 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쥐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 고양이는 쥐들을 구멍에서 끌어낼 묘안을 생각해냈다. 고양이는 옷이나 자루 같은 것을 걸어두는 못 위로 기어올라가 거기에 매달려 마치 죽은 것처럼 있었다. 그때 쥐 한 마리가 구멍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민 채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네가 그런 식으로 진짜 자루가 되었다고 해도, 네게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3. 목자가 염소들에게 우리로 돌아오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염소들 중에서 한 마리가 맛있는 풀을 먹느라고 뒤처져 있었다. 목자는 그 염소에게 돌을 던졌고, 염소는 정통으로 맞아서 뿔이 부러졌다. 목자는 곤혹스러워하며 이 일을 주인에게 말하지 말라고 염소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염소가 말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다고 해도, 이 일이 어떻게 숨겨질 수 있겠어요? 내 뿔이 부러진 것은 누구나 뻔히 볼 수 있는 걸요.”
4. 목자가 자기 염소들을 풀밭으로 몰고 갔는데, 자기 염소들과 들염소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저녁이 되자, 목자는 모든 염소를 동굴에 있는 우리로 몰아넣었다. 다음날에는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쳤다. 평소처럼 풀밭으로 데려갈 수 없어서, 목자는 우리 안에서 염소들을 보살펴야 했다. 그는 자기 염소들에게는 굶주려 죽지 않을 정도로만 꼴을 주고, 그렇지 않은 염소들에게는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속셈으로 넉넉하게 꼴을 주었다. 폭풍우가 그치자, 목자는 모든 염소를 이끌고 풀밭으로 나갔다. 그런데 산에 도착하자마자 들염소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들염소들을 향해, 자기가 정성껏 돌보아주었는데 이렇게 떠나는 것은 은혜를 저버리는 짓이라고 목자가 소리치며 꾸짖자, 들염소들은 돌아서서 말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는 당신을 더욱 경계하게 된 거예요. 어제 당신에게 온 우리를 전부터 당신과 함께했던 이들보다 더 잘 대해준다면, 또 다른 염소들이 당신을 따라올 때 우리보다 그들에게 더 잘해줄 것이 빤하기 때문이지요.”
5. 사냥꾼들에게 쫓겨 달아나던 여우가 어떤 나무꾼을 보고서 자기를 숨겨달라고 애원했다. 나무꾼은 여우에게 자신의 초막집으로 들어가 숨어 있으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꾼들이 와서 나무꾼에게 이 근처에서 여우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나무꾼은 말로는 못 봤다고 하면서도, 손짓으로는 여우가 숨은 곳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나무꾼의 손짓에 신경 쓰지 않고, 그의 말만 믿고 가버렸다. 사냥꾼들이 떠난 것을 본 여우는 초막집에서 나와 말없이 그대로 떠나려 했다.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고 나무꾼이 꾸짖자, 여우가 말했다. “만일 당신이 손짓으로 가리킨 방향과 당신의 말이 일치했더라면, 당연히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을 겁니다.”
6. 여우와 표범이 서로 자기가 아름답다고 다투고 있었다. 표범이 툭하면 자기 몸의 다채로운 색깔을 내세우자, 여우가 대답했다. “너는 몸의 색깔이 다채롭지. 하지만 나는 정신의 색깔이 다채로워. 그러니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거야.”
7. 여우가 우물에 빠져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숫염소가 목이 말라 바로 그 우물에 갔다가 여우를 보고서는 물이 좋으냐고 물었다. 여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물이 얼마나 좋은지 칭찬하는 말을 일사천리로 늘어놓더니, 물이 아주 좋으니 자기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라고 권했다. 숫염소는 물을 마시고 싶은 욕심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내려가서 갈증을 해소한 후에, 올라갈 방법을 여우와 함께 궁리했다. 여우가 말했다. “네가 우리 둘 다 여기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내게 좋은 방법이 있어. 네가 앞발로 벽을 짚고서 뿔을 곧추세우고 있으면, 내가 타고 올라간 후에 너를 끌어올려 주는 거지.” 숫염소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자, 여우는 숫염소의 다리와 어깨와 뿔을 타고 기어올라가 우물 입구에서 빠져나오더니 지체 없이 그곳을 떠났다. 숫염소가 약속을 어긴 여우를 꾸짖자, 여우가 돌아와서 숫염소에게 말했다. “이봐, 네 지혜가 턱에 난 수염만큼만 되었더라면, 애초에 다시 올라올 방법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내려오지는 않았을 거야.”
8. 개구리 두 마리가 서로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길에서 멀리 떨어진 연못에 살았고, 다른 한 마리는 길 위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 살았다. 연못에 살던 개구리가 웅덩이에 사는 개구리에게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옮겨와 살라고 권하면서, 그렇게 하면 위험에서 벗어나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웅덩이에 살던 개구리는 오랫동안 살아와서 익숙한 곳을 떠날 수 없다면서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 개구리는 계속해서 거기 살다가, 결국 지나가던 마차에 깔려 죽고 말았다.
9. 어느 날 노인이 나무를 해서 짊어지고 먼 길을 걸어갔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짐을 내려놓고는 죽음을 불렀다. 죽음이 나타나서 무슨 이유로 자기를 호출했느냐고 묻자, 노인이 말했다. “짐을 들어서 내 등에 좀 올려주시오.”
10. 제우스가 사람을 만들고 짧은 수명을 주었다. 겨울이 되었을 때, 사람은 머리를 써서 집을 마련해 그 안에 들어가 살았다. 어느 날 추위가 극심해지고 비까지 내리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말이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자기에게 피난처를 제공해달라고 사정했다. 사람은 말에게 수명의 일부를 주어야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말은 흔쾌히 자기 수명을 일부 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도 자기 힘으로는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없어 사람을 찾아왔다. 이번에도 사람은 수명의 일부를 자기에게 나눠주어야만 집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고, 소 역시 자기 수명을 일부 주고서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개도 숨이 거의 끊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찾아와서, 자기 수명 일부를 사람에게 내어주고서 피난처를 제공받았다. 그래서 사람은 제우스가 준 수명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순수하고 착하지만, 말에게 받은 수명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큰 소리를 치고 목을 꼿꼿이 세우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다가 소에게 받은 수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기에 이르면 위풍당당해지기 시작하고, 개에게 받은 수명으로 살아가는 시기에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짖어댄다.
11. 굶주린 갈까마귀가 어느 무화과나무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아직 열매가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익지 않아 무화과가 익을 때까지 거기서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갈까마귀가 하염없이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여우가 그 이유를 물었는데, 이유를 알고 나서는 말했다. “이보게, 희망에만 매달렸다가는 낭패를 당하게 될걸세. 희망은 속일 줄은 알아도 먹여 살릴 줄은 전혀 모르기 때문일세.”
12. 어떤 사자가 왕이 되어 동물들을 다스리게 되자, 사납고 잔인하며 난폭한 모습은 전혀 없었고 마치 사람처럼 점잖고 정의로웠다. 사자가 왕으로 있을 때 모든 동물이 한데 모여 회의했다. 그리고 늑대와 양, 표범과 영양, 호랑이와 사슴, 개와 토끼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협약을 맺었다. 그러자 토끼가 말했다. “나는 힘없는 동물들이 힘센 동물들로부터 존중받는 이런 날이 오기를 참으로 고대했소.”
13. 늑대가 새끼 양을 추격했다. 그러자 새끼 양은 신전으로 피신했다. 늑대가 새끼 양에게 제관에게 붙잡히면 신에게 제물로 드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서 나오라고 하니 새끼 양이 말했다. “너한테 붙잡혀 죽기보다는 신의 제물이 되는 편이 더 낫겠어.”
14. 기름을 잔뜩 마시고 취해서 밝은 빛을 발산하는 등불이 자기가 해보다 더 밝다고 으스댔다. 이때 휙 하고 바람이 불자, 등불은 즉시 꺼져버렸다. 어떤 사람이 다시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등불아, 잠자코 빛을 비추기나 해라. 네 빛으로는 별빛조차도 어둡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지.”
15. 지금의 개미는 예전에는 사람이었다. 농부였던 개미는 자기가 노력해서 거둔 수확물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것에 눈독을 들이다가 이웃의 수확물을 계속 훔치곤 했다. 제우스는 그의 탐욕에 격노해서 그를 오늘날 개미라고 불리는 동물로 바꾸어버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달라졌어도, 그의 성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남들이 농사지은 밀과 보리를 마치 자기 것인 양 가져다가 모아놓는다.
16.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도끼를 발견하자, 다른 사람이 “우리가 도끼를 발견했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끼를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발견했네”라고 하지 말고 “자네가 발견했네”라고 말하라고 충고했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맞닥뜨렸다. 그들에게 쫓기게 되자, 도끼를 가진 사람은 동행에게 “우리는 망했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동행이 말했다. “‘우리는 망했네’라고 하지 말고, ‘나는 망했네’라고 하게. 자네는 도끼를 발견했을 때 나와 나눌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네.”
17. 돼지와 개가 서로를 향해 심한 악담을 하고 있었다. 돼지가 자신의 이빨로 개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라고 아프로디테를 걸고 맹세했다. 그러자 개가 돼지를 조롱하며 말했다. “그래, 네가 아프로디테를 걸고 맹세한 것은 아주 잘한 거야. 아프로디테께서는 너를 퍽이나 사랑하시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 네 부정한 고기를 먹은 자는 누구든지 절대로 자신의 신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시니까.” 돼지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여신께서 나를 총애하신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증거야. 나를 죽이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괴롭히는 자는 누구든지 가차 없이 내치신다는 의미니까 말이야. 그런데 너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악취만 풍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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